봄날 오후 오세영
봄소식 기다려
날마다 문밖에서 서성댔더니
마당귀 얼어붙은 수돗물
졸졸 녹아 흐른다.
꽃소식 기다려
날마다 담너머 눈길 줬더니
창가의 풍향란(風香蘭)
다소곳이 꽃대궁 밀어올린다.
아, 봄은
안으로부터 오는구나,
그래서 꽃들은
자신의 더운 피로 붉는구나,
구(舊) 소련이 내부에서 붕괴되듯
추위도 안에서 무너지는 것,
방안에 놓인 난(蘭) 한 그루
조용히 스스로를 응시하는
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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